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메모리 왕좌' 탈환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투자 축소와 함께 내년도 AI 메모리 시장을 겨냥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6세대 HBM4와 6세대 10나노급 D램(1c) 양산을 통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극복하려는 전략이 돋보인다.
파운드리 투자 축소, 메모리에 전사적 역량 집중
삼성전자는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전영현 부회장을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임명하며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이재용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파운드리 사업 투자 축소로까지 이어졌다.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투자 규모를 축소한다"고 밝혔고, 미국 텍사스주 파운드리 투자 계획도 45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줄였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가 지급할 반도체 보조금 규모도 당초 계획한 64억 달러에서 47억 4500만 달러로 25.9% 감소했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계획된 파운드리 공장은 2나노미터(nm) 이하의 첨단 공정 라인으로, 대만 TSMC와 경쟁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여겨졌으나, 메모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단으로 투자 축소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HBM4와 차세대 D램으로 반전 노린다
메모리 사업부는 파운드리와 달리 투자 속도를 더욱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6세대 HBM4에 적용할 6세대 10나노급 D램(1c) 양산을 위해 생산 라인을 준비 중이다. 이는 경쟁사들이 1b D램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차세대 D램을 적용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부 인재들에게 기본급의 2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점도 이러한 메모리 집중 전략을 뒷받침한다. 이는 최대 100%로 제한되었던 기존 성과급 지급률을 초과한 예외적인 조치로, HBM 기술 경쟁력 확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엔비디아 공급 무산과 HBM4 승부수
삼성전자는 올해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 공급을 계획했으나 품질 테스트 지연으로 연내 공급이 무산됐다. 반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HBM4에서 반전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범용 메모리 제품의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지속됨에 따라 HBM 등 AI 데이터센터향 제품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더욱 절실해졌다.
업계에서는 내년도 HBM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TSMC와 협력해 HBM4 베이스 다이 제작을 추진하며 기술력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메모리 시장 선점을 향한 도전
삼성전자는 메모리 기술력 강화와 HBM4 양산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파운드리 투자를 축소하면서까지 메모리에 올인하는 삼성전자의 선택이 과연 HBM4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도 삼성전자의 행보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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