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생명체로 불리는 곰벌레(Tardigrade)가 수천만 년 전의 호박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미국 하버드 대학의 진화생물학 연구팀은 호박 속에서 발견된 곰벌레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전문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곰벌레의 신비한 생명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공룡시대에 곰벌레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의미가 큽니다.
곰벌레는 약 5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온 생물로, 물곰(Water Bear)이라고도 불립니다. 완보동물문(緩步動物門)에 속하는 이 작은 생물은 몸 크기가 50㎛에서 1.7㎜ 정도로 매우 작으며, 행동이 느릿하고 굼뜬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생물이 놀라운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아왔습니다. 영하 273도에서 영상 151도까지 견딜 수 있고, 치명적인 농도의 방사성 물질에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음식과 물 없이도 30년을 버틸 수 있는 곰벌레는 사실상 불사에 가까운 존재로 여겨집니다.
곰벌레와 호박 화석의 발견
호박은 나무의 송진이 지하에 묻혀 수소, 탄소 등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광물입니다. 호박 속에 갇힌 생물들은 수천만 년 동안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어 고대 생물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사용됩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멸종된 고대 동물의 DNA가 호박에서 추출된다는 설정으로 유명해지기도 했죠.
곰벌레는 지구상에 오랜 시간 존재해왔지만, 그 화석이 발견된 것은 불과 네 마리뿐입니다. 이처럼 희귀한 곰벌레 화석 중 세 마리는 이미 연구를 통해 학명을 얻었지만, 나머지 하나는 너무 작고 흐릿해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하버드 대학의 연구팀은 공초점 형광현미경을 사용하여 그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자세한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캐나다에서 발견된 약 7200만~8300만 년 전의 백악기 시대에 형성된 호박 속에 갇힌 곰벌레 두 마리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중 한 마리는 지난 1964년에 ‘베오른 레기’(Beorn leggi)라는 학명을 얻었고, 나머지 하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새로운 곰벌레 종 ‘에어로비우스 닥틸루스’의 발견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새로운 곰벌레 종을 발견하고 이를 ‘에어로비우스 닥틸루스’(Aerobius dactylus)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곰벌레는 첫 세 쌍의 다리에 B. leggi와 비슷한 길이의 발톱이 있지만, 네 번째 쌍의 다리에는 더 긴 바깥쪽 발톱이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살아있는 다른 완보동물 종에서도 관찰되는 특징으로, 이 종의 고유성을 뒷받침합니다.
연구를 이끈 하비에르 오르테가-에르난데스 교수는 “두 종 모두 동일한 호박에서 발견됐는데, 이는 곰벌레가 공룡과 함께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번 연구는 B. leggi에 대한 확실한 분류를 제공할 뿐 아니라 새로운 종인 A. dactylus를 식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두 종 모두 담수에 사는 종이지만 약 5억 년 전 두 계통이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두 화석을 현대의 완보동물과 비교해 그들의 ‘초능력’이 언제부터 나타났는지에 대한 타임라인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마치며
이번 연구는 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중요한 발견입니다. 곰벌레가 공룡시대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오래된 생명체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으며, 그들의 생존 비결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과연 이 작은 생물의 초능력이 언제,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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